서 재 순
삼산면 병산리
 사람의 삶이란 어쩌면 잃어버린 나를 찾아 헤매는 과정으로 끝나고 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선조들이 물려 준 한 핏줄과 언어, 그들이 창조하고 개척한 유산인 문화와 문명으로 뭉쳐서 면면이 이어오는 공동체를 우리는 겨레라 부르는데, 과연 이러한 겨레의 개념이 우리에게 있는가 하고 자문해 보기도 한다.
 뿌리가 없는 나무에 다른 나무를 접목시킬 수 없는 것 같이 자신들의 고유한 전통문화를 잃어버린 민족에게는 남의 문화가 무비판적으로 밀려들 수밖에 없고, 그 결과 문화의 식민지로 전락 할 수밖에 없음은 너무 빤한 일이다.
 우리는 외국의 강압 또는 자기비하의 사대사상으로 주체성을 잃고 그 뿌리마저 잘라 왜곡시킨 채 남의 나라 것은 무조건 높이고 받아들여 굽실대는 비열한 습성마저 생겨나고 있다는 점에서 통탄을 금할 수 없다.
 1910년의 경술국치(庚戌國恥)후 무단정치로 이름 높았던 초대 데라우찌(寺內) 총독이 실패하자, 뒤를 이어 부임한 2대 사이또(齊藤實) 총독은 무단정치 대신 문화통치를 내걸고 조선 사람을 위한 교육 시책으로 조선 역사 말살에 들어간다.
 그 첫째, 조선 사람들에게 그들의 진정한 민족사를 알지 못하게 하라는 것. 둘 째, 조선이 조상들의 무능과 악행 등을 과장하여 폭로할 것. 셋 째, 일본 제국의 역사상의 사적, 문화 및 위대한 인물 등을 크게 소개할 것. 일본인 역사편수관 이마니시(今西龍)를 주축으로 한 역사 조작단들은 고 사서들을 일본의 침략을 정당화 하는데 주도적 곡필에 앞장을 섰고, 슬프게도 해방 후에도 이들이 쓴 조선사(朝鮮史)가 어엿한 대한민국의 국사로 둔갑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는 실정이다. 땅 속에 있는 초목의 뿌리를 끊어 생명을 시들게 하고 민족의 유래를 끊어 민족의 자존성, 자각, 사명, 이상, 그리고 긍지의 근원을 없애려는 이들의 역사 조작은, 먼저 통일신라 이후만을 역사 시대로 하고, 인류 문명을 선도했던 대부분의 민족사를 배제하여 그 이전의 마고, 환인, 환웅, 단군 등을 삭제해 버리거나 우스꽝스러운 신화 정도로 하여 말살해
버린다.

 오로지 침략에 혈안 된 그들의 논리로는 원초적으로 통치 능력이나 통치권 부재의 조선 반도는 빨리 접수하는 것이 그들의 임무이고 미개한 조선인들을 개화시키는 것 또한 그들이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우리 민족사를 한반도로 축소시킴과 동시, 민족의식을 말살하여 독립운동의 싹이 트는 것조차 막으려 했던 것이다.
 우주 속에 삼라만상의 생성과 구성, 그리고 하늘의 이치에 따라 이루어지는 진화, 그리고 만들어 진 것은 모양이 있고, 천지를 창조하신 하느님은 모습이 없으니, 아무 것도 없는 데서 만들고, 운행하고, 진화시키고, 기르는 이가 곧 하느님이오, 형상을 빌어 나서 살다가 죽고, 즐기고 괴로워하는 것들이 사람과 만물이라는 우리의 고유 사상이 송두리째 말살된 것이다.
 다시 말해 파미르 고원에서 천산(天山)에 이르는 B.C 67080-7198년에 이르는 마고와 유인(有因)시대, 적석산의 B,C 7198-3898년에 이르는 환인시대, 태백산의 B.C 3998-2333년으로 이어지는 환웅시대, 아사달의 B.C 2333-295년으로 이어지는 단군시대와 그 이후의 부여, 고구려 등을 포함한 칠만 년 역사가 고작 천 몇 백 년으로 단축 된 것을 역사라 하여 가르쳐 온 것이다.
 역사가 없는 민족은 미래가 없다 는 말을 그냥 흘려듣기만 할 일은 아닌 것이다.
 여기서 그들이 말하는 신화라고 치부하는 단군(檀君)과 그 이전의 발자취를 간략하게 더듬어 보기로 하자. 칠만 년 전 출발지인 파미르‘(파르’는‘ 밝다’의 뜻이고‘ 미르’는‘ 뭍’ 또는‘ 뫼山’이라는 뜻) 고원의 우리 조상 마고(麻姑) 족은 여러 갈래로 나뉘어져 사방으로 흩어져 이동하게 된다.
 사람(아이)으로 태어나 처음 만난‘ 어마어마’ 하게 큰 사람을‘ 엄마’라 하듯,‘ 마고’란‘ 엄청난’ 등의 일족 과 같이 크고 위대하고 거룩하다는 뜻이다.
 그러기에 서구인들은‘ ㅁ(m‘)계 단어들인 mother(엄마), major(주요한), macro(거대한), may(할 수 있다), magnificent(참으로 훌륭한) 등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부계 사회인 유인(有因)를 거치는 육만 삼천 여년 후인 환인(3301년간)의 환국(桓國) 시대에 이르러서 국가로서의 형태가 뚜렷해 진 것이고, 이어 환웅(18대 1565년 간)의 배달국(配達國) 시대에 이어 단군(47대 2096년간)의 단군조선 시대, 삼국시대 이후를 합하여 칠만 년이라는 얘기다.

 우리 민족이 동 쪽으로 이동해 오는 가운데 만주근처에 먼저 도착한 무리들에게는 곰과 호랑이를 각각 토템(totem)으로 숭배하는 두 개의 무리로 나뉘어져 있었다.
 얼마 후 약간 뒤에 쳐졌다가 늦게 이주해온 또 다른 집단이 있었으니 이들에게는 동물 토템이 아닌 태양신을 섬기는 토템이 있었다.
 뿌리가 같고 출발지가 같지만 약간의 시차를 두고 도착한 이들 간에 모종의 타협이 이루어졌으니, 이것이 바로 혼인을 통한 화합이자 재회(再會)인 것이다.
 선주민 곰 족 여성(웅녀)과 후래자 태양족 남성‘(환’한 태양이란 뜻의‘ 환웅’) 사이의 혼인으로 이루어진 동족 간 화합이 우리가 알고 있는 이른바 신화 아닌 실화인‘ 단군신화’의 실상이니, 더 이상 이 사건을 ‘신화’라 부르는 것 자체가 역사 왜곡임을 우리 스스로 분명히 해 두어야 할 일인 것이다.
 일본인들은 서양인들의 제우스나 주피터 정도에 해당하는‘ 환인’이 환웅을 낳고, 환웅이 단군을 낳았다면서, 육천년에 이르는 환인, 환웅, 단군을 삼대에 걸친 신화속의 인물로 만들어 버리고, 특히 곰의 자식이라느니 하여 경멸하고 비하하는데 사용한다.
 단군에 한하여 1098년간 제위에 있다가 신선이 되었다고 기록함으로써 인간의 수명이 아닌 신화 속의 인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조상을 숭배하고, 부모에게 효도하며, 사람을 사랑하고, 특히 지상의 모든 인류를 널리 이롭게(弘益人間)하면서 함께 더불어 살자는 민족정신도 우리 역사 말살에서는 찾을 길이 영영 없음을 분명히 하는 것이 그 시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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