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재 순
삼산면 병산리
 사람은 누구나 일을 해서 생활의 방도를 세워 나가야 한다. 타인에게 구걸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구걸했을 때 그 타인이 주지 않는다면 큰 수모를 느끼고 비탄에 빠지기 까지 이를 것이다. 근로만큼 인간을 고귀하게 하는 것은 없다. 근로가 없을 때 인간으로서 살아갈 가치마저 잃어가고 있다는 말이다. 좀 가혹한 말이지만 모든 인간의 삶에는 근로라는 큰 힘이 바탕을 이루고 있고, 이익을 다투는 장사라 해사 예외일 수는 없다. 장사꾼이란 원래 사촌도 속여야 하고, 에스키모에게도 냉장고를 팔수 있는 수완이 있어야 하고,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유대인 샤일록 같은 냉혹함도 있어야 하고, 진시황의 생부인 여불위 같은 장래의 큰 이익을 담보 잡을 줄 아는 안목도 있는 것으로 아는 것이 상식일 수 있다. 무슨 거래에서나 손해가 난다면 이미 장사꾼이 될 수 없음을 말해주는 게 상식이라는 말이다. 사실 거래에서 이익을 챙기기에 민감해야 함은 너무 당연한 얘기일 것이지만, 장사꾼 또한 당당한 사회의 일원이기에 그 사회성의 법칙에 순응하면서 우수한 장사꾼으로 우뚝 설 수 있다면, 장사꾼으로는 더 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이익에 대하여 해로움을 같이 생각하고 해로움 속에서 이익을 같이 생각하는 사려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전국(戰國)시대에 위 왕(魏王)이 초(楚) 나라 회 왕(懷王)에게 미녀를 바쳤다. 회 왕은 그녀에게 푹 빠져버렸다. 그 회 왕 에게는 이전부터 정수(鄭袖)라고 하는 애첩이 있었다. 정수는 회 왕이 새로 온 미녀에게 온통 정신을 빼앗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부아가 머리끝까지 뻗쳤으나, 그런 내색은 전혀 하지 않고 오히려 그 미녀를 동생처럼 귀여워하는 척 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기는 질투를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왕으로 하여금 믿게 한 뒤에, 그녀에게 넌지시 말했다. ‘왕은 그대에게 푹 빠져 있어요. 하지만 당신의 코(鼻) 만은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답니다. 왕 앞에서는 꼭 코를 가리도록 하세요.’ 이 말을 들은 그녀는 그 뒤부터 왕 앞에 나오기만 하면 코를 가렸다. 이를 이상히 여긴 왕이 정수에게 물었다. ‘저 여자가 나만 보면 코를 가리는 데, 혹시 왜 그러는지 아느냐 ?’ ‘예, 아오나...’. 이렇게 일부러 말끝을 흐리는 정수에게 왕이 채근했다. ‘망설일 것 없다. 얘기해 보거라’. ‘아무래도 대왕의 몸 냄새가 조금 싫은가 보옵니다.’ ‘이런 발칙한 것 !’. 그 말을 곧이들은 왕은 지체 없이 그녀의 코를 잘라버리라는 형벌에 처했다. 그녀로서는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힌 것이다. 

 사업 또는 장사를 함에 있어서 먼저 해야 할 일이 상대방을 파악할 일이다. 아무리 시원찮은 사람이라도 자신이 만난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 총각인지 아닌지, 집이 어디인지, 고향이 어디인지 등의 기본적인 사항을 알아 둘 필요가 있다. 이런 시시콜콜하고 자잘해 보이는 것들을 통해 서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공통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직장인들을 상대할 때라면 휴일이 언제인지, 공휴일인데도 일 해야 할 사정인지 또는 매 휴일에 쉬는지, 이런 것도 중요한 정보가 될 수 있다. 또 어떤 업무의 실무자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나에게 최종 승인을 해주는 사람은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지만 직급이 낮아도 해당 실무자는 늘 가까이 마음이 통할 수 있는 사람으로 붙들어 둘 필요가 있다. 첫 거래의 상대라면 이익이 적더라도 무조건 납품하는 것이 거래를 트는 방법이다. 거기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적지만 그로 인한 파급효과가 머지않아 나타날 것이 틀림없다. 또한 판단력이 빨라야 하고, 사소한 것 같아 보이는 일에도 언제든지 무조건 고객에게 달려갈 필요가 있다. 장사를 할 때 내 기분이란 있을 수 없다. 장사하는 사람이 자기 고집으로 물건을 판다면 어떤 사람도 그 물건을 사 주지 않을 것이다. 장사 하는 사람이 제일 먼저 할 일이 자신을 버릴 줄 알아야 할 이유가 거기에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장사에서 돈을 벌겠다는 불타는 욕심만은 절대로 버려서는 안 될 일이다. 모든 사회생활에 똑 같이 적용될 일이기는 하지만 장사에서도 인간간의 상대성을 항상 염두에 둘 일이다. 내가 욕을 하면 그도 욕하고 내가 웃으면 그도 웃는다.  같은 제품을 사는 데 욕먹고 사고 싶은 사람은 없다. 손님이 물건을 뒤적이며 구경만 하고 나가더라도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 십 시오’ 정도의 친절은 빠지지 말아야 할 일이다. 게다가 손님에게 좋은 영상을 심어 줄 필요가 있다. 사업이나 장사에서 이미지를 잘 못 심어준다면 이미 끝난 것이다. 항상 나에게 미소를 던져주는 사람, 그리고 짜증 안내고 내가 원하는 대로 받아주는 사람, 나아가 내 밥인 사람이 되어 주어야 할 일이다. 또 하찮은 것일지라도 선물을 준비해 둘 필요가 있고, 가장 듣기 종은 말을 손님의 귀에 들려 줄 준비도 필요하다.  고객에게 준비한 대로 고객이 반응한다는 말이다. 예컨대 같은 상황을 두고도 어떤 사람은 타박을 하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찬사를 보낼 수도 있다. 세상에는 쉽게 돈 버는 사람보다 어렵게 돈 버는 사람이 많다. 세상이란 제일 나쁜 사람이 제일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극장이기도 하다. 사람은 흔히 자기가 처한 상황을 환경 탓으로 돌리면서 불평을 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성공한 사람들이란 자기가 원하는 환경을 적극적으로 찾아낸 사람들이다. 환경은 약한 자를 지배하기도 하지만 현명한 자에게는 목적을 달성시키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환경과 더불어 성장하고 도 환경과 결합함으로써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고 실현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선(善)은 덕성이며 즐거움이며 또한 투쟁의 무기도 된다. 돈을 두고 단순 논리로 좋고 나쁨을 논할 수는 없지만, 우선 돈에는 힘이 있다. 군림하고 휘두르는 힘이 아니라 나와 내 가족을 지키고 친구를 지키고 나와 가까이 있는 사람을 지키는 힘이 된다. 돈이 없을 때 자신감이 없어지고 의욕도 사라진다. 친구를 만나는 것도 부담스럽고 누가 찾아오는 것도 불편해진다. 이렇게 큰 힘을 가진 돈이지만 바로 그 돈이 나의 말 잘 듣는 종일 때 나를 지탱하는 진정한 힘이 될 수 있지만, 내가 돈의 종이 될 때 스스로 인생의 비애 속으로 빠져드는 일임을 잊어서도 안 될 일이다. 돈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상대를 기쁘게 할 수는 있지만 돈의 힘으로 탄력을 붙일 때 더욱 큰 힘을 발휘할 수도 있다. 오늘은 단 한 사람이라도 좋으니 그가 기뻐할 무슨 일을 해 줄 수 없을까를 늘 생각해 볼 일이다. 모든 사람에게 선(善)이 우리의 임무이기 때문이다. 선에 대한 의지가 어떻게 실현되는가를 고민하는 사람은 스스로 선을 행하게 되어있고, 자신이 행한 선에 대하여 기뻐하게 되어있다. 사람을 사랑하고 또 구체적으로 선을 행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선한 의지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성취하는 결과가 좋아서가 아니라, 선한 의지는 그 의지 자체로 좋은 것이다. 선을 행하지 않을 때 선에 대한 이해조차 할 수가 없다. 가끔 선을 행하지만 지속성이 없는 선으로는 만족할 일이 될 수 없고 참된 선이라 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하다. 선을 행할 기회를 얻을 때 그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할 일이다. 이익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장사 이야기와는 영 동떨어진 딴 소리 같지만 선을 행함에 있어 위력을 발휘하기 위한 돈벌이 일 때 그 장사꾼의 손길은 늘 그 아름다움을 잃지 않을 것임을 말해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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