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재 순
삼산면 병산리
 세상의 어떤 것도 꿰뚫을 수 있다는 날카로운 창과 어떤 날카로운 것으로도 뚫을 수 없다는  방패, 이 모순된 논리의 충돌에는 답을 구할 길은 없어 보인다. 삼국지의 후반에 이르러 제갈량과 사마의가 오장원(吳丈原)에서 최후의 결전을 치르게 되었다. 이 작전에서 사마의는 철저한 수비 작전을 펼쳐  촉 군이 군량 부족과 피로에 지쳐 철수하기를 기다렸고, 제갈량은 온갖 수단을 다하여 사마의를 넓은 벌판으로 끌어내어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승부를 겨룰 것인가에 안간힘을 쓰는 눈에 안 보이는 지모(智謀) 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제갈량은 사마의를 격동하기 위해 사신을 통해 여자 옷을 보내며 비웃는 내용의 서찰을 보냈다.‘안방에서 꼼짝 않고 아녀자처럼 교태나 부리느라 수고가 많소. 한 번 나와 싸워 볼 생각은 없는지...’ 여자 옷을 받고 게다가 조롱의 서신까지 받았으니 발끈할 것으로 여겼던 사마의가 웃으면서 사신에게 물었다. ‘제갈 승상께서는 재미나는 구상을 하셨구려. 몹시 심심한가 보오. 요즈음 승상은 어찌 지내십니까 ?’ 사마의는 마치 한가하게 지내는 친구의 안부를 묻듯이 했다. ‘저희 승상께서는 아침 일찍 일어나시어 밤늦게 까지 작은 군무(軍務)라도 충실히 돌보십니다. 편히 식사하실 시간조차 없습니다.’ ‘ 격무에 힘드시겠습니다.’ 사마의는 안타깝다는 듯이 말했다. 사신이 돌아가자 사마의는 서둘러 부장(副將)들을 모이게 한 다음 은밀히 명령을 내렸다. ‘모두들 언제라도 출동할 수 있게 준비를 갖추어라. 곧 촉 군을 섬멸할 좋은 기회가 올 것이다.’ 장군들은 의아해 했다. ‘신중하기로 천하제일인 사마의가 제갈량의 잔꾀에 속다니.’하고 수군거렸다. 사마의가 부하 장수들에게 말했다. ‘제갈량은 이미 나이가 쉰 넷이니 꽤 늙었다. 그런데다 식사를 못 할 만큼 격무에 시달린다니 오래 살지 못할 것이다.’ 또 한편 촉진으로 돌아온 사신에게 제갈량은 사마의의 태도가 어쨌는지 등을 자세하게 물었다. ‘사마의가 매우 노하던가 ?’ ‘웃으면서 승상께서 잘 지내는지 물었습니다. 그리고  또 격무에 힘드시겠다고 염려까지 했습니다.’ 그러자 제갈량의 장탄식이 흘러나온다. ‘아아, 사마의가 내 수명까지를 계산하고 있구나.’ 마침내 사마의의 예측처럼 얼마 안 가 제갈량은 죽었고 촉 군은 퇴각해야 했다. 이에 사마의가 군사를 휘몰아 추격하여 촉 군의 중군(中軍)을 막 덮치려는 데, 병사들이 좌우로 갈라지면서 사륜거(四輪車)에 의젓이 앉은 제갈량이 미소를 띠고 있는 게 아닌 가 ?  ‘아뿔싸, 계략에 걸렸구나. 전군 후퇴다.’ 사마의는 기겁해서 후퇴했다. 실제로 제갈량은 죽었고 이때의 상(像)은 목각으로 만든 것 이었는데 사마의는 자신을 유인하려는 제갈량의 계략에 걸려들었다고 판단하고 허둥지둥 퇴각한 것이다. 신중한 성격의 사마의가 이런 낭패를 본 데에는 제갈량이 죽었다는 사실에 너무 흥분하여 제갈량이 살았을 때의 전략과 죽었을 때의 대응방안이라는 양면성을 미처 헤아리지 못한 잘못에 있었던 것이다.

 하느님이 인간을 제외한 천지와 만물을 창조한 후 천사들을 포함한 모든 천국의 신하들을 다 불러 모았다. ‘이제 너무 잘난 척 하지 않는, 또 자신보다 낮은 곳에서 들려오는 작은 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인간이라는 것을 만들에 땅에다 내려 보내려는 데 그대들의 생각이 어떠한고?’ 라고 의견을 구하자 한 천사가 답한다. ‘그 인간이란 것은 겉으로는 착한 척 하여도 속으로는 거짓만 가득하여 결국 온 땅이 거짓으로만 가득 찰뿐인 데 뭣 하러 만들어야 합니까 ?’라고 반대하자, 하느님은 그를 땅으로 추방하면서 ‘거짓 아닌 진리가 땅에서 솟아 천국에 이를 것이다. 그리고 천지에 가득한 음식은 모두 손님을 위한 것인데 바로 그 손님이 인간이다’라는 답으로 다른 천사들을 설득하면서 마지막 창조물인 인간(아담)을 만들어 땅으로 내려 보냈다. 또 하느님은 아담의 배우자 하와를 창조하기에 앞서 인간의 못된 습성을 가능한 한 털어버리고자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게 되는데, 오만한 자존심으로 가득 찬 머리, 음탕한 눈, 남의 말을 기 쓰고 엿들으려는 귀, 아무 내세울 것도 없으면서 무례하게 우쭐대며 꼿꼿이 세우는 목, 아무 일에나 끼어들어 참견 잘하는 손, 쓸 데 없는 곳에 싸돌아다니기 좋아하는 발, 이 모든 것을 피하여 따뜻한 온정이 넘치는 심장을 감싸고 있는 아담의 갈빗대로 하와를 창조하였건만, 하느님이 그토록 털어버리려고 했던 못된 습성들은 하나도 버려지지 않은 채 묻어서 태어난 것이 인간이란 얘기다. 인간이 만들어 내는 온갖 거짓 속에서 진실이 땅에서 솟는다 함은 전 인류의 구원자 예수(Jesus Christ)님이 땅에서 나서 자라서 그 소임을 다하고 천국으로 올라감이 그 완성이다.

 제 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인은 6백만 명 정도에 이르는 유대인을 학살하였고, 그것도 모자라 수많은 게르만 민족들을 죽였으니 학살당한 게르만 인들은 모두 장애인들이었다.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고 자란 한 유대인 소년과 가난한 집안에서 나고 자란 한 게르만인 소년이 한 학교의 한 반에서 공부를 하게 되었다. 글도 모르는 농부였던 아버지와 그의 하녀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게르만인 소년에게는 같은 반의 유대인 소년은 심한 질투의 대상이 되었다. 이리하여 중학교 시절 벌써 이 게르만인 아이는 급진적인 반 유대주의자로 자라 난 것이다. 이 게르만인 소년이 자라서 정권을 잡은 후 그의 사상이 이론으로 승화하여  ‘우등 종족 론’에 이르게 되니 이 소년이 히틀러이다. 그의 우등 종족이란 자신이 속한 게르만 인이고 열등 종족이 유대인이라는 것이니 선민은 게르만 인이지 유대인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리고 우등 민족은 수적으로 빨리 늘어나야 하고 열등 민족은 빨리 없어져야 하니 학살해서 없애야 한다는 논리다. 또 한편 히틀러와 동문이었던 유대인소년이 비트겐슈타인으로 그는 열렬한 반 나치주의 운동을 벌이면서도 학살은 모면해 나갔다. 히틀러는 반 유대사상을 결집하여 선동하면서 전쟁 여론을 조성해 나갔다. 제 1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독일의 경제가 당시 심각한 위기에 빠져 있었다. 히틀러는 막대한 군비확장을 위해 자금이 필요했고 유대인의 재산을 뺏는 것이 자금을 확보하는 지름길이기도 했다. 유대인은 정치적으로 멸시당하고 핍박 받았지만 경제적으로는 독일인보다 부유했던 것이다. 또 다른 이유로는 경제정책에 있어서 유대인인 마르크스에 반대한 이유도 한 몫 했다. 히틀러의 유대인에 대한 비난은 그들을 돈 밖에 모르는 고리대금업자로 본 것, 불경스러운 신자, 제사장 살인자, 하느님(예수님) 살해자, 도덕 기반 뿌리 뽑는 집단, 외국인 혐오 자, 인종 차별 자 등을 내세웠다. 예수님이 썼던 가시 면류관 따위는 쓰지 않을 것이며 십자가의 처형을 되돌려 주겠다는 것이다. 유대인들의 전통 종교축제인 유월절을 앞두고 벌어진 예수님의 유대인들에 대한 성전 질타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것이다. 또 히틀러는 1차 대전에서 영국인에게서 상처를 입고 최면요법으로 치료받은 적이 있는데, 이 때 그는 환각 상태에서 어머니가 유대인 의사에게서 치료받다가 고통스럽게 죽어간 모습을 보고는 확실치도 않은 일로 유대인을 미워하기도 했다.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은 인간으로서는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일이지만 진리(眞理)와 선(善)의 전당이어야 할 교회가 늘 히틀러의 만행 규탄이라는 참으로 좋은 설교제목을 두고두고 애용하면서도, 바로 그 교회가 히틀러의 반인륜적 유대인 학살행위를 열렬하게 환영하면서 지원까지 아끼지 않았던 과거의 사실이 늘 장막 아래에 덮여 있다는 사실은 인간 자신의 모순을 피해 갈 수 없음을 실토하고 있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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