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재 순
삼산면 병산리
 한얼님은 큰 덕(德)으로 한얼(온 누리)을 만들어 낸 한울 아버지로서 한임(桓因)이오, 큰 슬기로 한울을 가르치는 한얼스승으로서 환웅(桓雄)이오, 또 큰 힘을 가지고 한울을 다스리는 한얼 임금으로서 환검(桓儉 또는 王儉)이다. 이 환인과 환웅과 환검을 옛적부터 삼검(三儉), 곧 삼신(三神0이라 하였다. 한얼님에게는 세 가지 관심사와 활동이 있었으니, 그것은 곧 만듦(造化)과 가르침(敎化)와 다스림(治化)이다. 한얼님이 그 만드는 임자(主)로서는 환인이오, 가르침의 임자(主)로 환웅이오, 다스리는 임자로 환검(檀君王儉)이다. 한얼은 나누면 셋이요 합치면 하나이니 셋과 하나로써 한얼 자리가 정해진다. 높은 산에서는 한얼님이 내려오시고 거기서 해와 달이 뜨는 줄로 믿었다. 단군의 자손인 우리 배달겨레는 한얼님이 내려온 한밝  산을 한얼산(天山)이자 할아버지 산(祖山)또는 한배산(天祖山)이라고도 하였다. 삼신(三神)인 한얼님이 한밝산에서 내려온 까닭에 이 산이 한얼산이오, 또 한얼님이 삼신인 까닭에 한얼산인 한밝산을 삼신산이라 한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종교가 있었던가. 있었는데 어찌하여 외래 종교인 기독교, 불교만이 우리의 뿌리종교라도 되는 것처럼 활개치고 있고 태고의 우리 종교는 미신이니 뭐니 하여 그 명맥도 찾기 어려운 현실에서 시대착오적인 무슨 케케묵은 소리냐고 을러대고 대들만한 소리지만 단군의 자손인 우리의 뿌리종교는 여기서 시원(始原)하는 것이기에, 또 우주 만유가 생성된 근원인 삼신은 얼굴 없는 조물주로서 전 인류에게 원신(元神 Primordial God)으로 경배 받아야 할 신이기에 다시 한 번 반복해 부연(敷衍)하고자 한다. 이 삼신은 먼저 만유에 충만한 유일한 조화의 기운(一氣)을 발동시켜 만물이 태어나게 한다. 일기(一氣)는 만유생명의 본체이며, 일신(一神)이기도 하다. 그래서 대우주에 충만한 일기 속에는 삼신이 있고 삼신은 밖으로 일기를 에워싸고 있다. 신(神)과 기(氣)언제나 일체관계로 존재한다. 삼신의 이치를 제대로 깨칠 때 우주를 움직이는 조화의 자리로 들어설 수 있고 일기(一氣0에 대한 철저한 깨달음에 도달할 때 삼신이 이루어 내는 조화의 손길을 체험할 수 있게 된다. 유목 문화인 기독교문화의 서양 사회에서는 신이 만물의 창조자이자 하늘과 땅과 인간 위에 군림하는 강력한 초월신이다. 농경문화를 바탕으로 하는 동양 사회에서는 하늘, 땅, 인간을 삼재(三才)라 하고 삼재는 삼신의 자기현현(自己顯現), 즉 삼신이 현실계에서 자신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다. 그런즉 천지인(天地人)은 피조물이 아니오, 하늘도 신, 땅도 신, 인간도 신으로서 천지인이 모두 살아있는 삼신이다. 그 천지인 속에 생명과 신성과 지혜의 광명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우리 배달겨레가 마음에 품은 큰 뜻을 드러낸 염표문(念標文)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하늘이 아득하고 고요함이 광대하니 하늘의 도는 두루 미치어 원만하고 그 하는 일은 참됨으로 만물을 하나 되게 함이니라. 땅은 하늘의 기운을 모아서 성대하니 땅의 도는 하늘의 도를 본받아 원만하고 그 하는 일은 쉼 없이 길러 만물을 하나 되게 함이니라. 사람은 지혜와 능력이 있어 위대하니 사람의 도는 천지의 도를 선택하여 원만하고 그 하는 일은 서로 협력하여 태일(太一)의 세계를 만드는 데 있느니라. 그러므로 삼신께서 참마음을 내려 주셔서 사람의 성품은 삼신의 대 광명에 통해 있으니 삼신의 가르침으로 세상을 다스리고 깨우쳐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하가 그것이다. 단군조선에 앞선 배달조선을 건국할 때 환웅천황이 마지막 환인천제로부터 전수받은 건국이념인 재세이화(在,世理化), 홍익인간(弘益人間)을 대도(大道) 이념으로 정리한 글이다. 하늘이 아득하고 고요함으로 광대하니 그 하는 일은 참됨으로 만물을 하나 되게 한다는 말이다. 땅은 하늘의 기운을 모아서 성대하니 그 하는 일은 쉼 없이 길러 만물을 하나 되게 하는 것이다. 하늘은 한 순간도 거짓됨이 없이 참되고, 땅은 한 순간도 쉼  없이 생명을 기른다. 그리고 사람은 지혜와 능력이 있어 위대하니 그 하는 일이 서로 협력하여 태일의 세계를 만드는 데 있다. 사람은 가장 작은 공동체인 가정에서부터 지구촌이라는 거대한 공동체를 따뜻하고 보람 있는 곳, 나아가 조화로운 태일의 이상 세계로 만드는  원동력이 인간의 협력과 참여에서 나온다. 인간은 삼신의 직접적인 작용에 의해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삼신의 현현인 하늘과 땅의 작용으로 생성된다. 인간은 천지의 아들딸로서 천지부모의 꿈과 이상을 실현하는 주체가 된다.
 
 천지인(天地人) 중에서 하늘은 청정과 참됨을 본질로 삼는 지극히 큰 본체(善聖大之體)이다. 땅의 본성인 선(善)에서 만물을 길러내는 덕성으로 충만하고 성스럽다. 땅의 덕성인 선(善)은 윤리적 의미의 선이 아니라 모든 것을 수용하고 어느 것도 마다하지 않고 낳아서 기르는 어머니 대지의 덕성을 가리킨다. 인간은 아름다움과 지혜로 지극히 큰 본체(美能大之體)이다. 인간은 본성으로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아름다운 세계를 창조하는 주체라는 말이다. 인간은 천지부모가 낳은 존재이므로 인간이 천성적으로 추구하는 아름다움은 천지의 덕성인 참(眞)과 선을 체득하고 실천할 때 실현됨을 말해준다.
 만물에게 생명을 부여하는 조화신은 내 몸에 들어와 내 마음의 뿌리인 성(性)이 되어 자리를 잡는다. 이 성이 내재하기에 마음을 자유롭게 쓰면서 삶을 이어가게 된다. 만물을 양육하는 교화신은 나의 명(命)이 된다. 이 명은 삼신의 영원한 생명이자 천명까지 이어짐을 말해 준다. 만물의 생명질서를 다스리고 바로잡는 우주의 치화신은 내 몸에 들어와 나의 정(精 진액)이 된다. 내 몸 속에서 삼신의 마음과 생명이 발동하는 것은 내가 가진 정의 생명력에 의해 이루어진다. 내 몸에 들어와 깃들어 있는 삼신 하느님의 마음을 닦고 그 삼신하느님의 영원무궁한 생명을 키우는 것은 일상생활 속에서 오직 정을 잘 지키고 가꾸기에 달려있다.

 이 뿌리종교가 길게 삼국시대 까지 이어져 왔으니 신라 말의 대 학자 최치원(孤雲 崔致遠)의 말을 들어 볼 차례다. ‘우리나라엔 신묘(神妙)한 길이 있는데 이것을 배달길(風流道 風月道)라 한다. 이 종교를 설치한 근원은 이미 선사(仙史)에 자세히 적혀 있는데 진실로 3종교를 포함한 것으로써 뭇 삶을 접촉해 감화시킨다(接化群生). 그리고 또 화랑들은 집에 들어와선 어버이에 효성하고, 나라에 충성하니, 이는 공자의 취지요, 하염없이 일들을 처리하고, 말없이 가르침을 실행하니 이는 노자의 종지(宗旨)요, 또 모든 악함을 짓지 않고 모든 착함을 받들어 행하니 이는 석가의 교화다.’
 우리는 점점 사라져 가물가물해져 가기만하는 우리의 것을 아주 버리고 외래문명, 외래종교만을 아무런 비판 없이 유일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실정임을 부인하기 어려운 세태에 와 있다. 오로지 우리의 것만을 고집해서도 반드시 옳은 일이 아닐 수는 있으나 뿌리째 잘라 내거나 송두리째 내다 버려서는 절대 안 될 일이다. 우리민족의 옛 역사와 고유한 종교와 철학을 연구함에는 민족정신과 비판적 이성을 갖추는 것이 그 기초가 될 것이고 그 바탕 위에 외래 종교 또한 전향적으로 신앙해 나가는 것이 올바른 태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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