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미년 한해가 얼마 남지 않았다. 한 해를 돌이켜보며 좋은 기억, 성취와 보람은 되새기고 어두운 그늘과 실패의 잔재는 떨쳐버리자는 함의를 지닌 송년회 시즌이 또다시 돌아왔다.
 퇴행적이고 소모적인 느낌이 강했던 '망년회'라는 용어가 '송년회'로 대체된 것은 바람직한 일이었다. 일본에서는 아직 망년회가 널리 통용되고 있음에 비추어볼 때 우리 사회의 진취적 의식과 발전지향성은 평가할 만하다.
 특히 올해 송년회는 오랜 불경기의 여파도 그렇고 신바람 나는 일을 별로 찾을 수 없었던 사회분위기 더구나 쉴 틈 없이 몰아닥쳤던 여러 재난의 끝머리여서인지 대체로 차분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예전과 같은 음주가무의 소비 지향적 관행에서 벗어나는 조짐이 두드러지는듯하여 반갑기 그지없다.
 우선 술과 음식, 왁자지껄한 유흥 분위기가 상당 부분 가시고 건전하고 생산적인 형태로 전환되고 있음이 확연하다. 간단한 음식으로 대체된 스낵 송년회, 영화 뮤지컬 콘서트 관람을 앞세운 문화송년회, 요리실습 등으로 삶의 여유를 만끽하는 송년모임 그리고 버스나 열차를 타고 가벼운 여행일정으로 송년의 감회를 함께 하는 등 날로 다양화되고 있다.
 
 직장동료와 가족, 친지, 동호인간의 송년모임은 반복되는 일상과 삶의 고단함을 씻어줄 활력소로서 활용여하에 따라 생산적이고 오래 남을 추억을 선사할 수 있을 것이다. 관련기관, 단체, 대학 연구소 등에서는 보다 다채롭고 의미 있는 송년 프로그램 개발에 앞장서기 바란다. 전통적으로 '노는 문화'에 익숙하지 못했던 우리 사회 구성원 특히 장년, 노년 세대들이 오랜 구습을 버리고 참으로 즐겁고 멋지게 노는 법을 익히는 것이야말로 고령화 사회 시급한 현안의 하나가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건전하게 전환된 송년모임의 비용을 절약하여 외롭고 추운 이웃을 찾는 마음 씀씀이야말로 이상적인 송년문화의 결정판이자 핵심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봉급의 일정 부분을 모으며 사랑의 손길이 필요한 계층을 찾고 연탄을 기증하는 등 점차 외연을 넓혀가는 세밑의 정담은 날로 각박하고 메말라가는 우리 사회를 이만큼이라도 지탱하는 버팀목이 되고 있다. 재벌이나 기업, 부유한 계층의 거금기부도 필요하지만 그리 여유가 없는 중산층, 서민들의 나눔 정신은 건전한 시민사회의 토양을 풍요롭게 하는 바탕이 될 수 있음을 바뀐 송년풍속도를 통하여 반가운 마음으로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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