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재 순
삼산면 병산리
 태초에 하느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여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하느님의 신은 수면에 운행하시니라. 하느님이 가라사대 빛이 있으라 하심에 빛이 있었고 그 빛이 하느님의 보시기에 좋았더라. 하느님이 빛과 어두움을 나누 사 빛을 낮이라 칭하시고 어두움을 밤이라 칭하시니라 저녁이 되며 아침이 되니 이는 첫째 날이니라. 하느님이 가라사대 땅은 생물을 종류대로 내되 육축과 기는 것과 땅의 짐승을 그 종류대로 내라 하시고 그대로 되니라. 하느님이 땅의 짐승을 그 종류대로 육축을 그 종류대로 땅에 기는 모든 것을 그 종류대로 만드시니 하느님이 보시기에 좋았더라. 하느님이 가라사대 우리의 형상을 따라 우리의 모양대로 우리가 사람을 만들고 그로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육축과 온 땅과 땅에 기는 모든 것을 다스리게 하자 하시고 하느님이 자기 형상 곧 하느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 하느님이 그들에게 복을 주시며 그들에게 이르시되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 하라,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 하시니라. 천지창조와 운행을 말해주는 성경의 일부이다. 태초부터 스스로 존재하는 야훼(여호와) 하느님이 인간을 제외한 만물을 창조한 다음 예정대로 인간을 창조하려고 하자 천국의 모든 신들로부터 오만한 인간 창조에 대한 격렬한 반대에 부딪치게 되었지만 ‘그 동안 애써 천지와 만물이라는 큰 잔칫상을 차려놓고 그 잔칫상의 주인이 없어서는 안 된다’ 는 설득 수단을 내세우면서 당초의 계획대로 인간을 창조한 것이다. 스스로 존재하는 전지전능의 야훼이니 아무 것도 아쉬울 게 없지만 야훼의 성품(형상)을 닮은 자유 의지를 가진 인간을 세상에 내보내어 그 인간과 더불어 전 인격적 친구로 삼아 사랑을 주고받을 대상으로 삼고자 한 것이 인간창조의 목적이라는 말이다.

 우리가 잘 아는 미국의 16대 대통령 링컨이 미국인들의 선조들이 아프리카에서 사냥해 와서 노예로 부려먹고 있던 흑인들을 해방시켰으나, 갈 곳도 없고 먹을 것도 없게 된 노예들은 허울뿐인 ‘노예해방’ 만으로는 살 길을 잃게 되자, 자신들을 자유인으로 풀어 준 옛 주인들에게 되돌아 와서 다시 옛날의 그 노예가 좋으니 제발 의식주만 해결해 줄 것을 애걸하면서 자신들의 목에 스스로 마소의 굴레를 멘 채 애걸하기에 이른다. 이 때 이들의 목에 매었던 굴레가 이 후 남자의 의상 장식물인 넥타이(necktie)이며 상대에게 절대적 충성을 내보이는 상징물이 된 것이다. 표면상 옛 주인과 노예 간에는 이제 친구관계로 맺어질 수도 있겠으나 현실적으로는 무항산(無恒産) 무항심(無恒心)이니 대등관계를 요건으로 하는 우정으로 결합하기에는 아직 먼 주종(主從)관계가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는 말이다.
 옛날 로마시대에 시라규스의 용감한 장군 피시어스는 포악한 왕 디오니소스를 암살하려던 음모가 탄로 나 사형선고를 받았다. 사형이 집행되기 전 디오니소스 왕은 피시어스에게 마지막 소원이 있으면 말해 보라고 했다. 그는 고향에 있는 노모에게 마지막 인사를 드리고 싶다며 고향에 다녀올 여유를 달라고 애원했다. 왕은 그가 속임수를 써서 도망갈 것이라고 비웃으며 허락하지 않았다. 이 때 이 소식을 들은 피시어스의 절친한 친구인 데이먼이 찾아와 왕에게 무릎을 꿇고 간청했다. ‘내 친구 피시어스는 비록 중죄를 지었지만 절대로 거짓말을 할 사람이 아닙니다. 왕께서 그를 의심하시면 제가 대신 옥에 갇혀있을 것이니 그의 소원을 들어 주소서’ 그러자 왕은 그들의 우정을 시험해 볼 속셈으로 그의 청을 들어주었다. 그런데 약속한 날이 다가 왔는데도 피시어스는 돌아오지 않았다. 드디어 사형집행 시간이 되어 데이먼은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는 사형장으로 끌려나왔다. 그들 중 일부는 바보 같은 친구나 보자고 비웃었고, 일부는 의리 있는 친구의 마지막을 보자며 슬퍼했다. 사형장에 나온 왕이 친구 대신 죽게 된 데이먼에게 심정을 물었다. ‘피시어스에게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겼을 것이니 내가 죽는다 해도 조금도 원망하지 않습니다’. 그는 태연했고 친구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윽고 사형집행을 알리는 세 번째 북이 울리는 순간, 먼 곳에서 소리를 지르며 죽을힘을 다해 달려오는 한 사나이가 있었다. 헐레벌떡 달려오는 사람은 바로 피시어스였다. 그는 닷새 동안의 말미를 얻어 이틀 만에 고향에 당도했다. 홀로 남게 될 노모에게 마지막 인사를 올리고 곧바로 길을 떠났지만 중도에 갑자기 폭우를 만나 강물이 불어 강을 건널 수 없게 되자, 무리를 해서 건너다 행여 자신이 죽기라도 하면 친구 데이먼도 억울한 죽음을 맞게 될 것을 생각하여 강을 건널 수 없었다. 이틀이나 걸려서 갔던 길을 이틀을 더 허비하고 하루 만에 돌아오려니 피시어스는 사력을 다해 달렸고 천신만고 끝에 사형집행 직전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광경을 지켜본 디오니소스 왕은 두 친구의 우정과 신의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에게 임금의 자리와 저 신의 있는 두 친구 중에서 하나를 택하라면 주저 없이 왕관을 버리고 저 신의 있는 두 사람을 택할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피시어스의 죄를 용서해 주고 두 사람 모두에게 중책을 맡겼다. 폭군이었던 디오니소스 왕은 그 후 마음을 고쳐 선정을 베풀어 백성들의 존경을 받는 성군이 되었다.

 친구(親舊 friend)란 동근어(同根語) free(자유로운)가 말해주 듯 예속성이나 주종관계 혹은 조건 등 대등관계 또는 자유 의지를 방해하는 그 어떤 것도 용납될 수 없는 순수 자발성(self-motivation)에서 우러나온 감정에 근거한 몇 가지 요건을 말해준다. 그 첫 번째로는  서로 마음과 마음이 통하여 믿고 의지할 수 있으며, 자신의 허물에 대하여 경계심 없이 털어놓을 수 있는 참된 신의 있는 관계라야 할 일이다. 또 친구와의 사귐에는 응분의 손해를 볼 수 있고 불편과 고민도 함께 나눌 수 있는 관계라야 할 일이다. 또한 서로가 뜻을 같이하여 위대한 꿈을 향해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서로를 자극하고 격려하여 발전을 고취할 수 있는 친구일 때 더욱 깊은 우정으로 발전할 것이다. 세월이 지나도 한결같은 마음으로 친구의 발전을 자신의 일처럼 기뻐하고 친구의 불행에 발 벗고 나설 자세를 말한다.
사업상의 약속은 당사자 보다 먼저 가서 기다리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사람이 친한 친구나 가까운 친지와의 약속을 예사로 어기는 사람들도 있다. 친숙한 사이이기 때문에 누를 끼쳐도 별로 탓하지 않을 것이며 용서해 주리라고 짐작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약속을 어기기도 한다는 말이다. 이러한 행위는 우정을 방패로 삼아 자기 본위의 이기심을 교묘하게 숨기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지킬 것을 지킬 때 참된 우정이 싹트고 유지된다는 것을 잊고 있는 것이다. 인생관의 이질성을 잊어버리고 자신만의 기준으로 상대방을 측정해서도 안 될 일이다. 친하다는 것은 상대방에게 실례를 범해도 좋다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아끼는 것이고, 아끼는 마음이 깊고 큰 사람과의 교제야말로 참된 인간관계의 시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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