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재 순
삼산면 병산리
 사람으로 태어나 ‘제구실’ 제대로 한다면 그게 바로 자신의 존재가치를 높이는 일이다.
 인간에게 자신이 속한 위치에 걸 맞는 존재가치를 찾아내고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처한 현실에 대해 수동적인 입장을 취하기 쉽다. 살다보니 어찌어찌 지금의 일을 하게 되었고 지금 맡은 일을 그냥 열심히 그리고 성실히 수행하다 보면 언젠가 좋은 미래가 찾아올 것이라는 희망에 산다. 하지만 수동적인 삶의 태도는 자신이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우연에 맡길 수밖에 없다. 바로 이 때 자신의 존재가치를 자문해 볼 필요가 생긴다. 이 같은 존재가치에 대한 자기성찰은 스스로에게 더 큰 동기를 부여하게 될 것이다. 자신의 모습을 반성하는 계기가 될 뿐 아니라 미래에 대한 의욕도 생길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맡은 일 자체를 소홀히 하고 잔꾀로 자기발전을 꾀하는 어리석음은 피해 가야 할 일이다. 자신이 서 있는 토대를 기반으로 한 계단을 쌓은 다음 그 계단을 기반으로 다음 계단을 쌓아 가야 한다는 말이다.
 자신의 존재가치를 성찰하고 남보다 더 열심히 계단을 쌓는다면 스스로의 의욕을 자극하여 다른 사람보다 성실하다는 평가와 함께 업무수행 능력이 탁월해지면서, 반드시 남의 눈에 띠게 될 것이고 기회의 빈도 또한 높아지게 될 것이다.

 사람이 제구실을 한다거나 철이 든다거나 하는 세상의 평가를 얻어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위에서 말한 자신의 존재가치를 확립하는 가운데도 나를 아는 모든 사람들로부터 호감 또는 친근감, 더 나아가 존경까지 얻어낼 수 있다면 세상 명리와 등졌다 해도 이상적인 삶을 산 것으로 평가해 주어야 할 것이다. 필자는 인도(India)에서 1년 정도 업무상의 연수차 생활한 일이 있다. 그들에게는 캐스트(caste)라는 신분제도가 있어 외국인의 눈에는 사람의 가치가 동일해야 한다는 천부인권적 계율에 어긋난 제도로 보일 수 있으나, 외부 사회와 거의 고립되어 자급자족으로 살아가던 그들 사이에 사회에 대한 각각의 역할을 분업화 하자는 합의에 이르러 자연발생적 ‘분업화’가 혈통 주의적 캐스트 제도로 고착화 되었다는 설명을 들은 일이 있다. 힌두교가 부리 종교인 이들은 신에 대한 깊은 신앙과 범사에 감사하는 마음이 떠나지 않아 늘 마음으로는 행복감에 젖어 산다. 이러한 인도 사람들이 아이들을 가르칠 때 ‘태어나서 5년간은 왕처럼, 10년간은 노예처럼, 그 이후에는 친구처럼 대하라’ 라고 한다. 나이에 다라 어떻게 자존심을 배양하고 수련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스스로 자신을 높이는 자존심을 풍부하게 배양하는 데는 특히 다섯 살 이하의 어린 시절이 경쟁사회로 다가가는 청년 시절보다 훨씬 더 좋다. 어린 시절에는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하게하고 가지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가지게 하여 욕심과 호기심을 한껏 길러주어 스스로를 높이는 마음을 길러준다. 온갖 재롱뿐만 아니라 예의 없는 행동도 사랑스럽게 보아주고 인정받으면서 자라게 한다. 이처럼 자존심을 높일 수 있는 온갖 품성들은 5세 이하 어린 시절에 습관화된 머릿속의 프로그램이 되어 그 아이가 자라서 청소년이 되고 어른이 되는 동안 늘 마음속에 잠재하게 된다. 어린 시절에 제대로 공주나 왕자로 자란 사람들은 커서도 다음 단계인 왕이나 여왕이 되기 위해 스스로 온갖 노력과 힘을 기울이게 될 것이다. 그러나 미처 어린 시절에 왕자나 공주로 자라나지 못한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도 왕자나 공주와 같은 행동을 하려고 한다. 그런 사람들은 나이에 맞지 않게 유아기의 행동 특성들을 보이면서, 때로는 이미 왕자나 공주의 과정을 거치고 왕이나 여왕이 되려고 하는 사람들과 마찰을 일으키고 갈등을 겪게 된다. 보통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어린 시절에 했던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못마땅하게 여기면서 인정하지 않으러 들 것이다. 따라서 어린 시절에 제대로 왕자나 공주와 같은 경험을 하지 못한 사람들은 커서도 어린 시절에 못다 한 왕자나 공주의 경험을 하려고 하기 때문에 이미 그러한 과정을 거친 사람들 사이에서 온갖 실수와 시련을 겪는 진통이 따르게 된다.

 물론 실수와 시련을 겪으면서도 왕자와 공주의 경험을 졸업한다면 문제는 없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특히 가족이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왕자나 공주 의 경험을 못하게 방해하면 어떤 사람들은 큰 갈등이 생기면서 심할 경우 정신적으로 이상을 일으킬 수도 있다.
 정신적으로 부족한 사람들은 뇌의 한 부분에 결한이 없는 한 대부분은 심정적으로 어릴 때 왕자나 공주로 자라지 못해서 늦게라도 왕자나 공주가 되어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사람들일 것이다. 이러한 심리상태를 헤아리지 못하는 가족들이 ‘다른 아이들은 다 잘 해 내는데 너는 왜 그 모양이냐 ?’ 하고 사사 건건 꾸짖어서 남아있는 자존심에 상처를 주면 스스로 그것을 극복하지 못하고 심할 경우 정신적인 문제아가 될 수도 있다. 그런 사람들을 일으켜 세울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은 가족이다.
 인내를 가지고 그들이 이미 나이가 들었지만 왕자나 공주 같은 행동 또는 무례한 행동을 하더라도 다 포용해서 가능한 한 빨리 왕자나 공주의 경험을 끝마치도록 해 주어야 할 일이다. 그러면 그들은 머지않아 다른 사람들과 정상적으로 어울리고 경쟁에서도 이길 수 있는 사람으로 변모할 것이다. 이러한 왕자나 공주는 왕보다 높을 뿐 아니라 세상에 어느 누구보다 귀하고 높은 대우를 받는 사람을 말한다.  왕도 자신의 아들인 왕자가 어린 시절에 무례한 행동을 해도 꾸짖지 않고 칭찬해 주며 인정해 주었다는 말이다. 또 그렇게 함으로써 왕은 왕자에게 그런 일상의 경험 마음속에  왕이 될 수 있는 싹을 돋아나게 하고 만족감을 가지게 할 것이다.

 왕자나 공주로 키운다는 것은 안전상의 위험 말고는 간섭이나 강요 없이 무엇이든지 하고 싶은 것에 도전하고 체험하게 하여 자존심이 마음껏 배양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다. 인간은 늘 부족한 부분을 먼저 채우려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린 시절에 왕자나 공주로 자라지 못하고 비난 받으면서 자라고 온갖 제약된 생활을 통하여 불만과 부족을 느끼며 보냈다면 그 후에도 언젠가는 그 부족한 부분을 먼저 채우러 들 것이라는 말이다.
 인정해주고, 배려해주고, 섬겨주고 무엇이든지 하게 하여 마음껏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해 준다. 이릴 때의 왕자나 공주의 경험은 성공적인 인생을 살아가는 밑천이며 기본이다. 이들을 윽박지르고 무시하면 치유할 수 없는 마음의 상처만 안겨줄 뿐이다. 5세 이전에 충분히 자존심이 배양되었다고 생각될 때 그 이후부터 그 자존심이 내성을 가지도록 해 주어야 한다. 어려도 이미 충분한 자존심이 형성되었기에 왕이나 여왕이 되기 위한 소양을 갖추는 노력은 스스로가 하게 될 것이다.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하고 다른 사람도 배려해야 하는 등 내 멋대로의 삶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인도해 주어야 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해 두지만 어릴 때 길러진 정신은 커서도 중요한 원천이 되며 태어나서 5년간이 일생을 지배한다. 사람으로서의 제구실, 자신이 최고임에 대한 부족감이 채워졌을 때가 그 시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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