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종 암
시사평론가
오늘 아침 '책을 읽으며 소중히 여기는 국가(국민)는 선진국(민)'임을 다시금 피부로 체험한다. 책을 써보면 3류작가도 있지만, 3류독자 또한 더 많다는 사실이다. 이번 출간한 비평에세이는 출판기념회(17일 오후 3시30분, 서울 관악구민회관 홀)에 맞춰 17일로 했지만, 어제 한 트럭분을 인도 받았다. 여태껏 서로 부대끼며 내일을 향하는 200여 지인을 초청한 가운데 지나온 삶에 대해 모든 것을 까발리면서 인생 2막에 있어 답을 구하는 자리다. 가식적인 삶이 아니기에 화환은 다 사절한다고 하달했다.
물론 식전 공연과 토크쇼도 진행되면서 기자들의 열띤 취재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책이 나온 어제 8일 선주문한 몇몇에게 직접 사인해 우송했다. 이들에게는 '제 ~호 사인'이란 순번까지 매겼다. 설사 필자가 3류 집필가일지라도 3류독자에게 사인을 하지 않는 고약한 성미가 있으며, 아무에게나 주지 않는다는 점과 웬만해서는 공짜로 주지 않는 자존심이 있다.
5년 전, 한 번은 책도 읽지 않는 동기가 '너 책 한권 주라'에 사인도 하지 않은 채 '아나 자식아, 잘 읽어라'면서 내던진 적이 있다. 반면 어제 책이 내게 도착하자마자 안면을 튼 지 불과 2~3개월 된 지인이 퇴근 후 출판사로 쫒아와 책값의 무려 20배를 지불하고 1호 사인을 받고 저녁까지 샀다.
SNS친구들 중 꽤 많은 이가 기발간한 필자의 책을 받았다. 그런데 공짜로 받은 이들이 책을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아니면 전시용으로 쓰는 건지 소감 한 마디 없었다. 공짜로 받는 대신 일종의 감상문을 제출하라는 권고에도 말이다. 딱 몇 명만이 밤새 읽고는 소감을 전해왔을 뿐이다. 또한 도저히 공짜로 읽을 수 없었다면서 책값을 소액환으로 보내온 중년여성과 박사인 할머니가 있었다. 그 할머니는 지금도 매번 "정 선생은 여러 분야에 걸쳐 내공이 싸였기에 더 공부 안 해도 된다." 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 영광스러움을 안기는 과찬이다.

기상하자마자 외국에 있는 교포 변호사에게서 메시지를 받았다. 영문판으로 내려고 파일을 넘기려 했었다. 절대 필자의 저서를 공짜로 안 받겠다면서 "책은 가족 간(가족이 저자라도)에도 공짜로 받는 게 아니다. 그건 저자에 대한 예의다. 내 언니도 저술가다. 철저한 교육을 받았다." 는 그녀는 구구절절이 소식도 전해왔다. 이에 "참, 당신은 선진국 국민에다 지성인답구나. 부럽다." 고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무론 필자도 저자가 직접 사인해 증정하는 책은 공짜로 받은 적이 없다. 단, 내공이 없는 허접데기 작가나 자서전류 책은 설사 받더라도 5분내 파악하고는 파지상으로 보낸다.
그러잖아도 서재의 책 더미가 무너져 내려 갈비뼈를 부러뜨릴 기세인데다 우선적으로 소장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저명한 동료 문사가 이러한 상황을 겪어 중상을 입고 두 번이나 수술대에 앉았다. 고향의 어느 지방정치모리배 출판기념회에 떠밀려갔다가 예의 아닌 예의상 익명으로 모금함에 책값을 초과한 금원을 내고도 읽을 가치조차 없어 가지고 오지 않았다. 그 책을 파악하는데 딱 3분이 소요됐다.

우리나라가 암만 날뛰어도 "천민자본주의 근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상, 절대 선진국민이 되지 못하고 한 세대가 흘러도 노벨문학상을 받지 못할 것이다." 고 장담한다. 5년 전인가 중앙언론에다 이러한 논조로 설파했었다. 지금도 그 논조에 대한 유효성에는 양보가 있을 수 없다. 예컨대, 러시아는 아이가 탄생하면 먼저 시집을 읽힐 정도로 독서력이 강하다. 이 난에다 선진국의 사례를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예화가 많다. 보라. 책을 읽으며 소중히 여기는 국민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선진국이란 사실이다. 그 국민들의 개개인의 매너 또한 그렇다.
반면, 우리는 갖은 폼으로 골프장에서 드라이브샷을 날리다가 소나무에 맞아 튕겨 나온 공에 낭소와 젖무덤을 맞아 광란의 질주를 해도, 온갖 악세사리를 걸치고 비싼 화장품으로 얼굴에 떡칠하면서 금이빨 사이로 날파리가 휘젓고 다니는 사실조차 모른 채 TV프로에 히죽거리면서 '내 이쁘제'라고 뽐내면서도 책 한 권 살 여유가 없다는 천박지려한 여인도 함께 클로오즙 된다.

본지가 한 지면을 허락하기에 몇 마디 더 하자. 지난주 경남지역 종합일간지 몇 군데와 일부지역지에는 보도 자료를 신속하게 타전했다. 다음 주부터는 중앙지에서도 책 내용에 대해 순차적으로 비중 있게 다룰 것이다. 경남지방에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1등 일간지와 여타 일간지는 출간 소식과 함께 출판기념회 소식까지 보도됐다. 언급한 바와 같이 기레기 수준도 안 되는 땅꾼(? 필자가 80년대 잠깐의 기자생활 때 쓰던 은어로 금권에 굴하면서 촌지에 능한 기자)인 지역지도 제법 있다.
명색이 전국을 망라하는 펜을 가진 중앙언론인에다 오피니언 리더로, 그에다 관변단체가 아닌 시민사회단체의 대표로 할 말은 하는 고향 선후배를 넘어 향우회에 주어진 분담금을 지불하고 그 예산을 집행하는데 관여하는 회장단의 일원에 속한다. 그런데도 향우회에서 대신 나간 보도 자료를 배가 배 밖으로 나온 건지 내팽겨 치는 일부 지역지의 행태가 가간이다. 세칭 필자가 뜨지도 않는데(?) 혹여 뜨는 게 떫어서인지 아니면 공사를 구분 못하는 모가지 깁스 속에 촌지나 덥석덥석 받아서인지 광고에나 목메는 암적인 소인배인 탓인지 썩은 미소를 짓게 한다.
어제 아침 일찍 고향에서 모 지방정치인이 50대주부를 성폭행하는 사건이 터졌다는 소식을 지인이 카카오톡으로 보내왔다. 그 기사를 보면서 공사를 구분하는 기레기 수준도 못 미치는 꼴값의 대명사인 일부 지역지와 그러한 행태가 대비되었다. 이를 터트린 고발정신에 투철한 자그마한 인테넷 언론사 사장인 K기자에게 경의를 보낼 만하다. 아니 경의를 표한다. 이러한 용기도 없는 일부 지역지 언론의 그릇된 깁스의 사수에다 민폐를 끼치면서 '내 기자네'며 날뛰는 군상들의 눈꼴사나움을 보다가 간만에 역시 다르다는 점을 물씬 안겼다. 그만 웃기고 가소로움에서 벗어나자. 그릇도 종기는 차 한 잔밖에 안 들어간다. 좁은 국토이지만 중원에 있고 전국을 아우를 수 있는 펜과 필력이다. 그것도 수도 서울에서 외곽으로 밀린 삶도 아니다. 그 기저에는 거머리에게 피를 빨리고 소꼴 베고 논두렁 타면서 책과 씨름하던 시절이 있었기에 피와 살이 돼 오늘이 존재하고 내일의 빛을 발한다.

이러한 점을 간과하지 아니하고 '뛰어봤자 벼룩'이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짧은 삶, 넓게 보는 자세이면 좋겠다는 거다. 그리고 향민들에게 깁스할 군번(?)도 아니다. 향민들이 꼴사나워 하는지 알아야 할 것이며, 건방짐은 내공이 있어야만 세찬 반격도 할 수 있는 법이다. 필자는 졸부의 술 한 잔에 놀아나고 광고에 매달리며 금권에 대한 눈치를 보거나 구걸하는 펜은 안 날린다. 이를 넘어 어떠한 폭력에도 맞설 용기 있는 펜이다. 우물 안 개구리의 건방짐은 비겁함의 극치이다. 골목 깡패 수준에서 벗어나는 게 좋다. 또한 펜도, 칼도 크기에 중원을 다스릴 수 있는 이는 겸허하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2015.09.09)

*필자/ 시사평론가/ 문학평론가/ 신간 <갑甲을乙정政변變 2015 대한민국>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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