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재 순
삼산면 병산리
 직위, 교양, 지식, 부(富) 등과 관계없이 얼굴을 보는 자체가 유쾌해 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누군가를 만나면 따분하거나 불쾌해 지기도 한다.
 이야기가 풍부할 것 같이 박식한 사람도 지독하게 따분한 사람도 많다. 사람을 따분하게 만드는 사람이란 남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사람이라 해도 좋다.
 남이 어떻게 느끼는지에 상관하지 않고 남의 기분을 살피려고 하지 않으므로 남과 어울릴 수 없는 사람을 따분한 사람이라 할 만 한 사람이다. 만유인력과 대수학의 달인인 뉴턴이 하일면 자란도에서 고기 잡는 어민에게 느닷없이 고급 수학을 가르친답시고 열심히 몇 시간이고 설명을 한다면 하나도 알아듣지 못할 소리가 끝나 뉴턴이 자리를 뜰 때 얼마나 시원함을 느낄 것인가는 빤 한 얘기다. 좋은 손님은 들어서면서부터 집안을 밝게 하지만 나쁜 손님은 나가면서부터 집안을 밝게 하는 경우가 될 것이다.
 위대한 학자가 구두 수선에는 무지할 수밖에 없지만 누구에게나 나름대로의 사회성은 있어야 한다.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하고, 필요 이상으로 자주 시계를 들여다보면서 상대를 안절부절 못하게 해서도 안 될 것이고, 상대를 불안하게 하거나 도전적이거나 술주정 등을 해서는 물론 안 될 일이고, 밝고 유쾌한 우스개 또는 실패담 등 공동 화제가 될 만한 얘기를 꺼낼 것이며, 특수한 화제나 어두운 내용 또는 상대방을 긴장시키는 화제는 피해야 할 것이고, 상대방 말에 깊은 관심을 표정하거나 언동으로 보일 필요가 있고, 상대방 말을 늘 긍정과 웃음으로 받아들이고, 자연스럽고 담담하면서도 자신이 다소 멍청한 모습으로 상대를 안심시키는 것이 좋을 것이며, 상대를 노려보거나 둘레둘레 사방을 살피지 말아야 할 것이며, 무엇보다 조금이라도 찌푸린 얼굴이어선 안 될 일이다. 모두가 말로는 쉽고 또 어찌 보면 그런 것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톡 소아 붙일만한 이야기들뿐이지만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면 늘 거기에 한심하거나 부족함이 도사리고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 같다.
 상대방에게 안도감을 주는 하나 같이 하찮아 보이는 일인데도 말이다. 인간관계가 원만해서 어쩐지 마음이 내키게 하고 결과적으로 큰일을 해 내는 사람, 이런 사람은 들키지도 않으면서 본인으로부터 풍겨나는 매력적인 분위기를 머금은 사람일 것이다. 무척 막연하기만 한 말 같지만 이런 사람은 나름대로의 힘을 가졌으면서도 전혀 그 힘을 과시하지 않고, 때로는 나약하게 보이고 심지어는 약간 바보스럽고 어느 면에서는 약간 비굴하게도 비쳐질 수 있으면서도 뛰어나 판단력과 통찰력이 그 속에 가려져 있을 때의 분위기 말이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인덕을 갖춘 이상한 힘을 가진 대인감각은 그래도 잘 안 보이는 원만한 인품과 성격, 바른 예절, 밝은 분위기, 사람을 꿰뚫어 보는 힘, 남의 의중을 포착하는 이해력, 세심한 배려, 정확한 판단력, 착안력, 전체를 파악하는 힘, 신속한 동작 등이 될 것이다. 인간관계의 달인이라면 먼저 호감이 가는 사람이어야 하겠지만 그저 호인이라는 소리를 듣는데 그친다면 알맹이가 쏙 빠진 껍데기뿐인 사람이 되고 말 것이다. ‘호인’이라는 듣기 좋은 말 속에는 ‘무능한 사람, 약한 사람, 판단력이 흐리고 주관성이 없는 사람’이라는 내심의 오명을 떨쳐버릴 수 없게 되면서 바보 취급을 받기가 십상이라는 말이다.
 지금을 흔히 자기선전의 시대라고도 하지만 이로 인해 엉뚱한 오해를 불러오기 딱 좋은 일이니 오히려 상대방의 마음을 읽었을 때 그 순조로운 첫 걸음이 됨을 빠뜨리고 있는 것이다. 인간관계가 원만해 지기를 원한다면 자기를 선전하는 유능한 판매원이 된다는 말이기도 하지만, 바로 이 때 상대방의 상황을 충분히 알고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사물을 관찰 할 필요를 말해준다. 이유 없이 상대방이 자신에게 적대감을 보이면서 싫어하는 사람이 생길지라도 그 상황을 개선해서 반전의 계기를 만들어가면서 오히려 그런 사람이야말로 소중히 하면서 차분하고 끈기 있게 밀고 나갈 필요가 있다. 먼저 상대방이 안 보이는 곳에서 크게 칭찬할 일이다.
 도무지 그 사람과는 한 자리에 않고 싶지 않더라도 자신이 그 자리에 빠지거나 그 사람을 제외해서는 안 된다. 상대방의 취미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질 필요도 있다. 상대방과 친한 사람을 사이에 두고 서서히 다가갈 필요도 있다. 상대방이 적의를 노출시켜도 그 적의에 개의치 않는다. 상대가 도전한다면 최대한 딴전을 피운다. 쟁점이 있을 때 감정을 개입시키지 말고 내용 자체에 근거하여 밀고 갈 필요가 있다.

 상대방이 하는 일에 대가를 바라지 말고 담담한 심정으로 협력한다. 또 상대방이 안 보이는 곳에서 협력한다. 싫어하는 사람,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마저 자기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면 유쾌한 인간관계 형성에 성공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자평해도 좋다. 여러 상대방이 있을 때 그 상대방의 주장을 균형 있게 받아들이는 자세를 요한다.
 상대방과 나와의 거리감이 하나도 없기를 기대한다면 무리한 요구가 되겠지만 가능한 한 그 간격을 좁히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 때 누구나 자기 자신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일이고, 먼저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으면 상대방도 나에게 호감을 보이지 않을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일이다. 누구를 막론하고 무시를 당하고 천대를 받으면 달갑지 않는 법이고, 상대방에게 관심을 보이고 상대방을 수용할 때 비로소 그 거리를 좁힐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더라도 일방적으로 상대방을 받아들이는 데 그쳐 인간관계의 주체인 자신의 중요성을 상실하면서 까지 나의 존재가 사라져서는 안 될 일이다. 따라서 상대방을 수용하면서도 자기주장은 잊지 말아야 할 일이다. 수용과 주장의 균형을 잃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도 주요하다는 말이다. 자신의 말을 주도하기보다는 의식적으로 듣는 입장에 설 줄 알아야 할 일이다.
 상대방의 얘기를 듣는다는 것은 상대방을 소중히 여긴다는 신호가 될 것이고, 들으면 들을수록 상대방을 잘 파악할 수 있어 심리적으로 거리가 좁아지게 된다. 동시에 상대방은 자존심이 충만하여 흉금을 털어놓게 되고 거리감이 더욱 좁아들 것이다.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주장할 생각을 버리고 범위를 좁힐 일이다. 세부적인 일에 구애받지 말고 본질적인 측면에서 자기주장을 펴 나갈 필요가 있다. 감정대로 처신하지 말고 온당한 태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먼저 상대방을 치켜세운 다음 자기 주장을 펼 필요도 있다. 자기주장을 서둘지 말고 상대방이 흥미를 보였을 때 분명한 생각을 설명할 일이다. 사회성이란 이러저러한 기법을 배우거나 모방하기보다는 기본적인 마음을 바꾸어 나가는 과정으로 이어져야 할 일이다.
 행동의 밑바닥에 있는 합리적 건전한 사고방식, 그 행동에 내 마음이 반영되어 있다면 그 속에 거짓이 비비고 들어갈 틈이 없다. 현명한 사람이라면 그러한 행동을 솔직히 받아들임은 물론 상대가 뜻하는 바를 정확히 이해하여 준다.
 행동이 많은 것을 말하게 하고 말을 최소화하는 것도 사회성의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말과 행동 속에 이해관계라는 독소가 들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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