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재 순
삼산면 병산리
 모든 사람에게 건강이란 늘 중요한 삶의 요건이고, 요즈음 흔한 혼자만의 스트레스 또는 연속되는 피로감이 쌓이다가도 꿀맛 같은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 팔 다리를 힘껏 쭉 펴보는 스트레칭(stretching 기지개) 몇 번이면 기분이 상쾌해 지기도 한다. 짐을 잔뜩 실은 낙타의 등에 지푸라기 한 오라기만 더 실어도 그 낙타의 등이 부러지면서 주저앉고 만다는(That's the last  straw) 한계점을 말해 주듯, 이어진 실도 심하게 잡아당긴 상태에서 조금만 힘을 더해도 끊어질 단계에 이른다는 데서 스트레스와 스트레칭은 동족 어군에 속한다. 또 스트레스라 해서 반드시 건강에 해롭기만 한 것이 아니라 적당한 자극을 주기도 하여 생활에 활력소가 되기도 한다.
 건강에 해로울 정도 이상의 스트레스라면 주로 정욕 또는 물욕을 떨쳐버릴 수 없는 데서 비롯될 경우가 많다. 희미한 등불 가물거리고 삼라만상이 소리 없으니 이는 우리가 비로소 편안히 잠들 때요, 새벽 꿈 막 깨어나 모든 것이 아직 움직이지 않으니 이는 우리가 비로소 혼돈에서 벗어날 때이다. 마음의 빛을 돌이켜 환히 바라볼 때 비로소 이목구비가 모두 몸을 묶는 수갑이요, 정욕과 기호(嗜好)가 다 몸을 타락시키는 기계임을 알게 될 것이다.
 인간을 일컬어 영적 동물이라고 한다. 그 영혼이 밤새 편안히 쉬고 새벽녘 조용한 시간을 맞았을 때 인간은 가장 순수하고 인간다운 본심으로 돌아온다. 어제의 일이 가슴에 찔리고 양심을 괴롭히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일단 눈을 뜨고 밖에 나와서 오관(五官)으로 느끼게 되면 정욕과 기호품이 마음을 괴롭힌다는 사실이 깨달음으로 다가올 것이다. 자기를 반성하는 사람은 닥치는 일마다 약석(藥石)이 되고 남을 탓하는 사람은 생각하는 것 마다 모두 창과 칼이 될 수도 있다. 한 편은 숱한 선(善)의 길을 열고 한 편은 온갖 악의 근원이 되니 서로의 다름이 하늘 땅 만큼이나 된다.
 인간에게는 자기변명라고 하는 방어본능이 있다. 무엇인가 잘못을 저지르면 반드시 그것을 남의 탓으로 돌리고자 한다. 그런 사람에게는 자기 혁신이 있을 수 없으며 따라서 향상이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이와 달리 과실을 저질렀을지라도 그 책임을 자신에게서 찾으려 할 때 반성과 혁신이 따를 것이고 그것이 곧 자기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다.

 영국 노리치라는 한 작은 마을 한 여관에 윌리엄 이라는 한 상인이 묵고 있었다. 어느 날 윌리엄은 심한 감기로 도저히 침대에서 일어날 수 없게 되었다. 그는 여관 조업원인 필립스를 불렀다. ‘이보게, 요즈음 내가 몸이 안 좋아서 자리에서 일어날 수가 없네. 나대신 몇 가지 일 중 처리해 줄 수 없겠나 ? 사례는 톡톡히 하겠네.’ 어차피 마땅히 할 일이 없었던 필립스는 흔쾌히 대답했다. ‘좋아요’. 그 후 필립스는 종종 상인을 도와 일을 처리했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상인의 병이 심각할 정도로 악화되었다. 상인은 가지고 있던 돈을 모두 필립스에게 맡기며 말했다. ‘이게 내 전 재산일세. 자네가 나대신 보관하면서 그 돈으로 나에게 의사를 데려다 주고 약을 좀 사 주게나’. 몹시 가난했던 필립스는 갑자기 어마어마한 액수의 돈을 보자 눈이 휘둥그래졌다. ‘우리 집 식구가 삼사 대를 벌어도 저만한 돈을 만들기 힘 들 거야 !’ 처음에는 필립스도 사방으로 명의를 찾아다니고 몸에 좋다는 약을 구해 상인을 돌봤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 한 구석에 다른 생각이 싹트기 시작했다. ‘저 돈이 그대로 내 것이 된다면 영국 최고의 부자가 될 수 있을 텐데’. 그리하여 필립스는 상인 몰래 음식에 독약을 섞기 시작했다. 결국 상인은 며칠을 버티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했고 재산은 고스란히 필립스에게 넘겨졌다. 이 일을 아는 사람은 세상에 오직 필립스 한 사람 뿐이었다. 필립스는 어느 날 하인들과 함께 바다에 배를 띄우고 유람을 즐기고 있었다. 그 때 갑자기 현기증을 일으킨 필립스는 그대로 정신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 잠시 후 눈을 뜨자 두 눈동자가 바로 코앞에서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사례로 그렇게 많은 돈을 주었거늘, 너는 어떻게 내 목숨을 앗아갈 생각을 했단 말이더냐 ? 이제 내 목숨을 내 놓아라 !’. 필립스는 눈동자를 쫓기 위해 미친 듯이 두 팔을 휘저었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필립스의 황망한 모습을 보고는 그가 뭔가 해서는 안 될 짓을 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었다.
 필립스는 집에 도착해서도 발버둥을 치며 배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그는 갑자기 쇠망치를 들어 자신의 치아를 부수기 시작했다. 놀란 가족들이 쇠뭉치를 빼앗자 이번에는 주방으로 달려가 식칼로 자신의 복부를 그었다. 가족과 하인들이 다시 그에게 달려들어 식칼을 빼앗자 이번에는 손으로 자신의 눈동자를 파냈다. 얼굴이 온통 피범벅이 되고 주위는 구경 온 동네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결국 필립스는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자해 끝에 죽고 말았다. 사람들은 필립스가 자해로 죽은 것이 원혼의 복수 때문이라고 믿었다.
 이러한 심리질환 환자는 문제가 있는 부분(발단)을 자신이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 그 시발이 된다. 또 심리환자는 스스로 심각한 고통을 느끼지만 주위 사람들의 이해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대다수의 경우 심리적인 암시로 인해 질병이 유발도기 때문에 약물요법 등으로는 치료가 어렵다는 점도 있다. 환자들의 대부분은 성격 혹은 인격적인 결함을 가지고 있으며 병이 유발된 분명한 계기가 있다. 여러 번 정신적 충격을 받았거나 심각한 스트레스가 원인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인생살이에서 지나친 낙관이나 콧대 세우는 오만은 금물이어야 하지만, 인간이란 앞날을 미리 내다볼 수 있을 만큼 위대하지는 못하므로 너무 걱정해서도 안 될 일이고, 일이 잘 안 된다 해서 스스로를 학대하거나 자기 자신에 대해 지나치게 비판하고 있거나 비하함으로써 삶의 의욕을 잃고 몸과 마음의 건강을 해쳐 끝내 인생 전체가 와르르 무너져서는 안 될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하루하루를 즐겁게 살아야 하고 자신을 즐겁게 해 줄 원인도 스스로 만들어 나가야 할 일이다. 사람은 매일 새로운 일을 만나게 되고 새로운 일을 만나게 됨으로써 새로운 일에 도전해 승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나게 되어있다. 그러기에 지나친 비관도 후회도 낙관도 금물이라는 말이다. 또 악은 그늘에 숨기를 싫어하고 선은 햇빛에 나서기를 싫어한다는 사실도 늘 새겨둘만한 일일 것이다.
 마음을 괴롭히는 원인이 선과 악의 구별에서 비롯됨이 많다는 말이다. 밖으로 드러난 악은 재앙이 얕고 숨겨진 악은 재앙이 깊으며 숨겨진 선일 때 그 공적이 커질 것이다. 비밀은 이 세상에서 언제까지나 지속될 수는 없는 것이어서 선악을 불문하고 언젠가는 드러나게 마련이다. 악행일 경우 그것이 얼른 드러나면 빨리 되돌릴 수 있겠으나 숨겨지면 숨겨질수록 악행이 거듭되어 결국에는 파경에 이르는 것이 악의 속성이기도 하다. 선행 역시 같은 속성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장애에 부딪혔을 때에도 눈앞에 보이는 그 장애에 집중하지 말고 누구나 경험하게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여 그 장애를 뛰어넘을 생각에 몰두하되 조금은 마음의 여유를 두어야 할 때가 많다. 제대로 헤쳐 나갈 수 있다면 장애란 오히려 인간을 성장시켜주는 요소임에 틀림없다. 성공 자는 모두가 이 장애를 성공적으로 헤쳐 나온 사람들이란 사실에도 크게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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